지난 뉴스레터 ‘N번방이 돌아왔다, 더 지독하게’에서 소개해드린 새로운 범죄자 ‘엘’이 피해자에게 접근한 수법입니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약점을 빌미로 불안을 부추기는 방식이죠. 

심지어 그는 N번방 사건을 파헤치고 알린 ‘추적단불꽃’을 사칭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을 추적해온 반성착취 활동가라는 점을 거꾸로 악용해서 자신의 범죄에 써먹은 것입니다. 피해자의 경계심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

결국 A 씨(가칭, 14세)는 추적단불꽃 공식 계정을 찾아 SOS 메일을 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도와준다고 해서 한참이나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점점 심해지는 착취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서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불꽃(=원은지 alookso 에디터)은 A 씨의 경찰 신고를 도우려고 범죄를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가해자는 갓갓, 박사의 뒤를 이은 엘이고 확인된 피해자만 여섯 명임을.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수사엔 속도가 붙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문의하고서야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사건이 경기 북부청 통합수사대가 아닌 경찰서에 배정된 것입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만한 역량과 여력이 없는 곳. 

A 씨의 피해 사실은 물론 다른 아동 청소년의 성착취물을 유포했다는 증거까지 제출했음에도 경찰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A 씨는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 자신도 처음엔 물로만 하루하루 버티다 입원할 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엔 문을 열고 나와야 나아진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하지만 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