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을 넘어서

2022. 7. 28.

🐄표절 논란을 넘어서

“내 귀엔 다 똑같은데? 표절 작곡가 아웃!”

유희열 표절 논란을 대하는 분위기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비판이 끊이지 않자 결국 입장문을 발표하고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에 이르렀죠.

얼룩소는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다만 그가 표절을 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박하며 단죄할지 말지를 결정하자는 태도로는 접근하지 않겠습니다.

논란과 스캔들을 넘어서 보다 미래지향적인 논의로 나아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시선이 필요하겠죠. 초석을 놓기에 적합한 전문가 세 명을 섭외했습니다. 대중음악 전문가 두 명, 영화 전문가 한 명.

이들의 견해엔 겹치는 부분도 있고 엇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를 두고 찬반을 가르거나 우열을 논할 의도가 없습니다. 그렇게 소모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세 전문가의 통찰력 어린 시선이 ‘표절이란 무엇인가’라는 막막한 주제를 보다 섬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배경으로 확산되길 바랍니다.

🎹 '표절 논란을 넘어서' 모아보기

담장의 경계에서 by 김작가(대중음악 평론가)

시대가 흐르며 유행하는 음악도 바뀌었다. 기성세대는 멜로디 중심으로 음악을 즐겨온 반면 젊은 세대는 리듬과 사운드 중심으로 음악을 즐긴다. 이에 따라 표절을 바라보는 관점과 기준 역시 자연스레 함께 변했다. 시대의 기준이 ‘음표의 연속성’에서 ‘실질적 유사성’으로 바뀐 것. 그러나 모두가 똑같은 속도로 변화에 적응할 수는 없는 법. 이번 논란은 그 괴리가 두드러진다는 게 특징이다.

담장의 경계는 표절로 한 발짝

도덕 이전에 음악부터 논의해야 by 김봉현(힙합 저널리스트)

지금의 일방적인 분위기는 부당하다. 과도한 ‘도덕쟁탈전’ 양상을 띄고 있는데 이런 사안은 음악적 근거를 중심으로 따지는 게 먼저다. 편집하고 샘플링하는 게 이 시대의 주된 작곡 방식 중 하나라면 표절의 정의와 기준부터 다시 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표절로 낙인 찍어 집단적으로 매장하는 건 대중의 권리가 아니라 폭력이다.

매도 대신 논의를 해야

어떤 아버지들은 사라져야만 한다 by 김도훈(영화 평론가)

표절과 레퍼런스의 희미한 경계. 예전엔 여기에 관대했다. 원래 문화는 보다 발전한 무언가를 참고하고 베끼면서 성장하는 것이니까. 특히 일본은 우리에게 그 자양분이 돼줬다. 그러나 그 유예기간이 끝났다. 한국이 문화 선진국 반열로 올라서는 동안 새로운 세대, 관객, 청자의 기준 역시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즐겨온 대중문화의 많은 아버지들을 부정해야 할 시점이다. 고통스럽더라도.

과거의 관행, 새로운 소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