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연구의 패러다임 전환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이 생깁니다. 나중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이 면역이 싸워서 극복하는 거죠.

면역은 크게 둘로 나뉘어요. 하나는 중화항체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 T 세포죠. 둘의 역할은 확연히 다른데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중화항체와 달리 기억 T 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걸 막아주지는 못해요. 대신 감염됐을 때 위 그림처럼 딱 거기만 골라서 공격하는 일을 하죠. 감염된 세포만 무찌름으로써 병이 더 진행되지 않거나 가볍게 끝나게끔 해줘요.

그런데 근래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있습니다. 기억 T 세포가 인식하는 표적(항원)에선 중화항체의 항원처럼 마구잡이로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죠.

왜냐하면 중화항체 항원은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좁은 부분에 국한되어 있지만, 기억 T 세포 항원은 단백질 여기저기에 흩어져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도 여기저기 몽땅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드린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1. 중화항체
   ①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줌
   ②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좁게 존재
   ③ 항원에 돌연변이 정도 심함
2. 기억 T 세포
   ①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싸워줌
   ② 단백질 여기저기에 넓게 퍼져 존재
   ③ 항원에 돌연변이 정도 약함

이제 백신 연구와 논의를 보다 확장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중화항체가 중심이었어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기억 T 세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경증질환으로 전환해가는 지금은 신규 환자가 안 나오게 막는 것보다는 중증 환자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물론 앞으로 등장할지 모를 새로운 변이에 대비할 무기가 될 수도 있고요.

글: 신의철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장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버튼을 클릭하세요!